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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Picturesque solution 2026. 5. 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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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MCA 서울에서 6월 28일까지 — 직접 다녀온 후기
    📌 전시 정보
    전시명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기간 2026. 3. 20 ~ 6. 28
    관람시간 월·화·목·금·일 10:00–18:00
    수·토 야간개장 10:00–21:00
    관람료 성인 8,000원 (1시간 단위 회차별 사전예약제)
    예매처 MMCA 누리집 / 네이버 예약 / 티켓링크
    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 후원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 알아두면 좋은 것

    • 인기 전시라 사전예매 필수. 현장 발권은 종종 매진됩니다.

     1시간 단위 입장제. 예약한 시간에 맞춰 도착하세요.

    • 작품에 죽은 동물(상어, 소머리 등)이 포함되어 있어요. 어린이 동반 시 참고.

    • 전시 분량이 많아서 최소 1시간 30분 잡고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5월 중순의 토요일 오후, 광화문에서 출발해 미술관까지 걸었다. 전시 자체보다도 가는 길이 좋았던 날이었다.

    조계사. 부처님오신날(5월 24일)을 앞두고 연등이 한가득. 분홍과 파랑이 처마 아래 층층이 매달려 있다.

    송현녹지광장. 양귀비, 코스모스, 이름 모를 들꽃이 무릎까지. 한때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였다가 시민에게 개방된 자리.

    삼청로. 미술관 가는 길에도 연등이 가로질러 걸려 있다. 도로 위 작은 축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6월 28일까지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b.1965)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35년 작업을 50여 점으로 묶었다. 입구의 무뚝뚝한 검은 타이포가 인상적이다.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의심이 출발점이라는 선언. 입구의 작가 소개문이 한 면을 다 채운다.

    전시장 안쪽 타이틀 월.


    1부.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

    1부는 골드스미스 대학 시절(1980년대 후반)의 허스트를 다룬다. 아직 상어도, 다이아몬드 해골도 없는, 23세 청년의 실험실 같은 공간.

    〈자화상〉 1987. 옷걸이에 걸린 청 셔츠 한 벌. 자기 자신을 그리는 대신 자기가 입던 옷을 걸어놓는 발상이 이미 시작.

    〈죽은 머리와 함께〉 1991. 16세 무렵 리즈의 시체안치소에서 찍은 셀카. 절단된 노인의 머리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평생 그를 따라다닐 주제 —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 가 한 장에 다 있다.

    콜라주 연작, 1985–86. 길에서 주워온 나무판자, 인형 머리, 깡통을 액자 안에 모아 균형을 잡으려 애쓴 학생기 작품. 슈비터스의 영향이 짙다.

    💡 골드스미스 시절을 알면 좋은 것

    허스트가 1988년에 학생 신분으로 직접 기획한 전시 〈Freeze〉가 영국 현대미술의 분기점이 됐다. 'YBA(Young British Artists)'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즉 그는 화가이기 전에 큐레이터/기획자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점, 점, 점

    그 유명한 스폿 페인팅의 시작. 후일 조수들이 기계적으로 양산하게 되지만, 이 첫 작품은 본인이 직접 그렸다. 그래서 점이 흐르고 번져 있다.

    〈스폿 페인팅〉 1986. 240.8 × 365.8 cm. 후일 시그니처가 되는 연작의 출발점. 통제와 우연 사이에서 작가는 아직 망설이고 있다.

    일상의 사물 + 미니멀리즘

    도널드 저드의 박스에 부엌 살림을 슬쩍 끼워넣은 농담 같은 작업들.

    〈7개의 팬〉 1987. 무지개색 냄비 일곱 개. 손잡이가 위로 가게 벽에 일렬로 걸렸다.

    〈부엌 찬장〉 1987. 형광 오렌지로 도장된 단순한 직사각형 캐비닛. 작가가 "나의 첫 캐비닛"이라 부른 작품. 훗날 약품 진열장 시리즈로 발전한다.

    〈박스들〉 1988. 가구용 페인트로 도색한 종이상자들. 바로 그 전설의 〈Freeze〉전(1988)에 출품된 작품이다.

    스핀 페인팅

    1990년대 후반. 캔버스를 회전판에 올리고 위에서 가정용 광택 페인트를 부어 만든 연작. 회화가 한 순간에 고정된 이미지라는 통념을, 작가는 거의 장난스럽게 흔든다.

    〈Beautiful Exploding Hell Bent Mayhem and Madness Vortex of Rainbows and Death Volcano Painting〉 1999. 제목부터가 작품. 〈아름답게 폭발하는 막무가내 대혼란과 광기 무지개의 소용돌이 그리고 죽음의 화산 페인팅〉.

    모터. 한 작품은 실제로 천천히 돌고 있었다. 회화 뒤에 산업용 모터가 달려 있는 모습이 정직해서 좋다.

    바닥 배치. 일부는 벽에 걸지 않고 바닥에 눕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 1994. 헤어드라이어가 바람을 위로 쏘고, 그 위에 핑퐁공이 떠 있다. 뒤로 보이는 비치볼도 같은 원리.

    클로즈업. 핑크 좌대 위 투명 박스 안에서 핑퐁공이 끊임없이 흔들린다. 떨어질 듯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다.


    2부 진입 — 죽음을 가두는 일

    벽에 적힌 작가의 말.

    나는 죽음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죽음을 섬세한 것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삶을 기념하는 방식으로 생각한다.Damien Hirst

    모퉁이를 돌면 두 개의 거대한 유리 상자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파리떼와 부패해가는 소머리, 다른 하나는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

    〈천 년〉 1990. 검은 철제 프레임의 유리 상자. 한쪽 칸에는 살아있는 파리들이 부화하고, 가운데 작은 구멍을 통해 옆 칸으로 넘어가 부패해가는 소머리에 알을 낳고, 천장의 전기 살충기에 부딪혀 죽는다. 탄생-삶-죽음이 한 박스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잔혹할 정도로 직설적인 설치.

    가까이서. 안쪽이 어둑하게 보인다. 코너에 소머리가 놓여 있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 217 × 542 × 180 cm.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잡은 4미터 길이의 뱀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아 유리·강철 수조에 봉인했다. 허스트의 이름을 세상에 박은 작품이자, 1990년대 영국 미술을 정의해버린 한 점.

    정면. 입을 살짝 벌린 채 떠 있다. 죽었는데 살아있는 것 같고, 살아있는데 죽은 것 같다. 그게 제목이 말하는 그 '물리적 불가능성'.

    옆에서. 수조는 세 칸으로 나뉘어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 보든 사이로 살짝씩 어긋난 상어의 윤곽이 보인다.

    💡 왜 이게 그렇게 유명한가

    1991년 발표 당시 영국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광고 거장 찰스 사치가 이 작품으로 허스트를 사들이면서 YBA의 스타가 만들어진다. 2004년에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약 1,200만 달러에 사들였다는 사실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작품 자체보다 그 가격이 현대미술의 가치를 묻는 또 하나의 작품이 됐다.


    2부. 고요의 사치

    The Luxury of Silence. 2부의 부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허스트의 종교적 어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섹션.

    나비

    허스트가 가장 오래 다뤄온 모티프 중 하나. 죽은 나비의 날개를 한 장 한 장 캔버스에 붙여 만다라처럼 대칭으로 배열한 연작들.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빛난다.

    나비 만화경 연작. 수천 마리의 나비 날개와 고광택 페인트의 조합. 가까이서 보면 진짜 나비 날개의 결이 보인다.

    원형 만다라. 핑크와 블루의 대칭. 꽃잎으로 보이는 게 모두 나비.

    대형 알약 커튼. 천장에서 바닥까지 늘어진, 색색의 알약을 끈에 꿰어 만든 벽면 설치. 가까이서 보면 약품 디테일이 다 다르다.

    또 하나의 원형. 은빛 깃털 같은 패턴.

    해골과 약품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의학·과학·제약 산업의 어휘로 변환한 시리즈들.

    〈그래, 그런데 너 정말 어때?〉 1996. 195 × 377.5 × 50 cm. 유리 캐비닛 안에 실제 인간 골격이 도열해 있다. 의학 표본의 형식을 미술관에 들여놓는 일.

    약품 색의 스폿 페인팅. 점 하나하나에 약 이름이 붙는 연작이 따로 있다.

    〈통제물질 키 페인팅〉. 글자와 숫자가 박힌 격자형 스폿. 알파벳-색의 매트릭스가 마치 시력검사표 같다.

     

    의학·자연사 진열장. 표본, 약병, 수술도구 등이 도열된 글래스 캐비닛 연작. 박물관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와 미술관에 옮긴다.

    신앙, 그리고 다이아몬드 해골

    은제 인물 조각. 어둡게 깔린 종교 섹션. 성상의 형식을 빌려 죽음과 영생의 욕망을 재연한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백금으로 본을 뜬 18세기 인간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 제작비만 1,400만 파운드. 미술사상 가장 비싼 '오브제'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된다. 뒤로 보이는 건 나비 날개로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천사의 해부〉 2008. 카라라 대리석. 18세기 해부학 모델의 형식을 빌려, 천사의 몸 안쪽을 마치 의학 일러스트처럼 노출시켰다. 아름다움과 잔혹함이 정확히 같은 자리에 있다.

    〈천국의 입구〉 연작. 양옆으로 도열한 거대한 '성당 창문'. 무수한 나비 날개로 빚은 빛.

    가까이서. 푸른 모르포 나비 수만 마리가 만든 빛의 격자. 패턴은 이슬람 모스크의 기하학과 닮아 있다.

    약국

    2부의 마지막 방은 약국(Pharmacy)이다. 허스트가 1998–2003년 런던 노팅힐에서 실제로 운영했던 동명의 레스토랑을 미술관 안에 재현해 들여놓았다.

    〈약국〉 1992. 양쪽 벽이 약품 진열장으로 가득하다. 예술과 자본·소비·치유의 관계를 한 방에 응축한 설치.

    〈약사로서의 자화상, 옅은 파랑 넥타이를 한〉 2018. 약국 벽에 걸린 작가 본인의 초상. 흰 가운, 옅은 블루 타이.

    💡 왜 약국인가

    허스트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약장을 보고 '저것이 우리 시대의 제단'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종교가 약속하던 영생을 이제는 약과 의학이 약속하고 있다는 이야기. 1997년 노팅힐에서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을 6년간 운영하다 폐업했고, 그때 사용한 집기 150여 점이 2004년 소더비 경매에서 약 1,100만 파운드에 팔렸다.


    서울박스 — 이 공간만을 위한 신작

    MMCA 서울의 거대한 더블 보이드 공간 '서울박스'를 위해 작가가 새로 제작한 작품 두 점이 마주 보고 있다.

    거대한 새 스폿 페인팅. 천장 가까이까지 올라가는 점들의 격자. 이 공간만을 위한 사이트-스페시픽 신작.

    〈신화〉. 신화 속 동물의 형상을 갈라 안쪽 근육과 해부를 노출시킨 조각. 〈천사의 해부〉와 같은 어휘.


    4부. 작가의 스튜디오

    마지막 섹션은 다른 어느 회고전에도 없는 장면이다. 런던에 있는 허스트의 작업실 '리버 스튜디오'를 — 페인트가 튄 바닥부터, 작업 중인 캔버스, 부려둔 가구, 사용 중인 붓과 물감통, 시든 꽃다발까지 — 그대로 들어내 재구성해놓았다. 전시 안의 거의 모든 회화가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라는 점이 가장 놀라운 부분이다.

    스튜디오 입구. 색색의 〈리버 페인팅〉 연작이 사방을 채운다. 색면을 격자로 분할한 회화들 사이로, 끝없이 줄지어 놓인 페인트 통.

    긴 작업대. 양옆으로 색깔별로 분류된 페인트통과 도구들. 가운데 빈티지 체스터필드 소파.

    〈베일 페인팅〉. 짙은 와인색 점들이 캔버스 표면을 두텁게 덮은 만년기 회화. 점이 입체로 부풀어 있다.

    물감이 묻은 의자. 작가가 실제로 쓰던 의자. 등받이부터 좌판까지 수년치의 페인트가 층층이 쌓였다.

    💡 이 섹션이 특별한 이유

    허스트는 전시 오픈 전날 자정까지 '리버 스튜디오'의 한 캔버스에 마지막 핑크 붓터치를 더했다고 한다. 완성된 결과물을 줄세워 보여주는 회고전의 관습을, 완성 직전의 작업장 그 자체를 들여놓는 방식으로 깬다. 평생을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온 작가다운 마무리.


    그리고, 매차 한 잔

    한 시간 반쯤 걸렸다. 1986년의 청 셔츠에서 출발해 2026년의 진행 중인 캔버스까지 — 한 작가의 35년이 한 호흡으로 정리되는 경험은 흔치 않다. 죽음을 가둬놓은 상자들과 부드럽게 떠 있는 핑퐁공이 같은 작가의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나오는 길에는 녹차 한 잔. 미술관 안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정리하며
    • 추천 관람 시간: 최소 1시간 30분, 천천히 보면 2시간 이상
    • 사진 촬영: 가능 (플래시·삼각대 제외)
    • 같이 보면 좋은 동선: 송현녹지광장 → MMCA → 삼청동 카페
    • 6월 28일 종료. 망설이고 있다면, 사전예매부터 잡아두시길.
    전시명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간 2026.3.20 ~ 6.28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예매 MMCA 누리집 / 네이버 / 티켓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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